안녕하세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8년 차 의료인입니다. 아이가 열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실 거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육아 앞에선 모두가 동등하게 어설프고 서투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아이가 열날 때 그럴 것입니다. 왜 이러지? 뭐부터 해야 하지? 약은 어디에 있지? 제아무리 계획적이고 차분한 사람들도 열이 펄펄 끓는 작은 아기를 품에 안으면 허둥지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들은 열은 왜 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완벽히 잘 알고 있지만 열 나는 내 새끼 앞에선 침착한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열날 때 대처법. 해열제보다 중요한 이것.
사실 열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열이 남으로써 우리 몸의 대사가 항진되고 세균의 활성도가 떨어집니다. 즉 열은 외부에서 침투한 세균에 대응하는 보호를 하는 중입니다. 중요한 건 열이 왜 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걸 알아차리려면 아이의 체온 변화를 세심하게 체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열은 언제 재는 게 가장 정확하나면, 오전 이 체온이 밤보다 높게 측정됩니다. 그래서 오전에 열을 재봤을 때 평소보다 높다면 발열반응이 있다고 판단하면 됩니다. 열날 때 해열제보다 중요한 것. 우리는 해열제를 언제 먹여야 하는지 난감할 것입니다. 열이 나도 잘 놀고 잘 먹고 처지지 않는다면 안 먹여도 됩니다. 그런데 39도가 넘어가면 아무래도 걱정될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해열제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39도가 넘으면 아이가 물을 안 마십니다. 열 많이 나는 아이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이유는 탈수 때문입니다. 그때 수액 요법을 하는데 탈수가 해결되면 밥도 잘 먹습니다. 한 시간에 맞는 수액의 양은 보통 40cc가량이다. 결코 많은 양이 아닙니다. 모유나 분유를 평소보다 조금씩 더 먹게 하는, 경부수액 요법입니다. 탈수를 막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열나면 물을 꼭 마시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 해열제 쓴다고 바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한 시간에 0.2~0.4 정도 보통 떨어집니다. 해열제를 먹였다면 최소 2시간은 기다렸다가 다시 열을 측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꾸 열 재는 노력으로 애한테 뭐라도 먹이는 게 중요합니다. 타이레놀 계열을 너무 과도하게 먹이면 간 수치에 문제가 생기고, 이부프로펜 계열은 위염 등의 부작용이 생깁니다. 열을 빨리 떨어트리는 게 반드시 좋은 게 아닙니다.
아이에게 쓰기 좋은 체온계.
어떤 체온계를 써야 하는지. 귀 적외선 체온계와 피부 적외선 체온계는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다릅니다. 귀 적외선 체온계는 측정이 확실하긴 하지만 접촉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잠에서 깰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피부 적외선 체온계를 쓰면 좋습니다. 아이 잠을 방해하지 않고도 정확히 체온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등 일상생활 중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부 적외선 체온계로 열을 잴 때 측정 부위에 땀이 나있거나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다면 머리카락과 땀을 먼저 제거한 후에 2.5cm 이내 거리에서 측정하면 정확한 체온을 알 수 있습니다. 체온을 못 잴 정도로 귓밥이 막힌 경우는 드물지만, 다른 병균이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니 함부로 귓밥 파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다 보면 의사 선생님이 안전하게 빼주기도 합니다.
약을 먹고 토했다면.
약을 주자마자 구토했다면 약은 안 먹은 거라고 봐야 합니다. 약이 소장으로 흡수가 돼야 하는데 먹자마자 토했다면 흡수가 안 된 것입니다. 바로 주면 애가 짜증만 낼 테니 시간을 조금 두고 다시 약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약을 먹기 전에 꼭 뭔갈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은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간단히 물만 마신 후에 복용해도 괜찮습니다. 보통 약의 종류에 따라 적용법이 다릅니다. 해열제, 염증완화제, 위 보호제 이런 약은 증상을 완화하는 약입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안 먹여도 됩니다. 단, 축농증, 폐렴, 중이염 등이 의심돼서 항생제를 쓰고 있다면 항생제는 정해진 용법과 기간에 따라먹어야 합니다.
아픈 아이의 또 다른 대처법들
자기 전의 컨디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잘 놀고 힘들어하지 않았다면 그냥 잘 시간 돼서 자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힘들면 보통 아이들은 잠을 잘 못 잡니다. 굉장히 울면서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타이레놀 계열 해열제를 먹였더니 가려움증을 동반한 알레르기가 생겼을 땐, 담당 의사와 상의한 후 약을 바꿔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콧물 흡입기가 감기를 해결하는 기구는 아니다. 코가 막혀있으면 아이가 숨을 잘 못 쉬고 힘들어하니까 아이 컨디션을 좋게 만들기 위한 기구일 뿐입니다. 항생제는 득과 실이 있습니다. 세균성 감염은 항생제를 빨리 써야 좋아집니다. 그런데 항생제가 나쁜 균만 죽이는 게 아닙니다. 아이 장에 사는 좋은 균도 죽입니다. 그래서 항생제 치료 후엔 2주~4주 정도는 더 신경 써서 잘 먹이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유해균이 올라가도 잘 먹으면 장내 미생물이 잘 자리 잡기 쉽습니다. 항생제 먹는다고 코가 빨리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일정 시기가 돼야 떨어지고, 특히 바이러스성 감염에선 항생제가 큰 이득이 없습니다. 또 바이러스 질환 중에서도 경과를 보다가 좋아지지 않을 때 세균감염이 같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때 항생제를 쓰기도 합니다. 처음엔 잘 안 주다가 나중에 주는 것이 이 이유입니다.